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5 (지상층)Art is always 4 the Future 40x120cm Oil on Canvas 2026
평창동일번지 전시장의 커다란 통창은 안과 밖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숲, 계절의 빛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고, 그 앞에 놓인 세 개의 원형 패널은 자연과 마주 선 이경미 작가의 또 다른 초상처럼 자리합니다.
작품 속에는 파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에게 파도는 광활한 자연의 힘이자, 인간이 쉽게 붙잡을 수 없는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입니다. 몰려왔다가 부서지고 사라지는 파도 앞에서, 작가는 인간의 삶과 문명, 그리고 영원을 꿈꾸는 예술조차 어쩌면 덧없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덧없음 속에서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패널 위의 문장, ART IS / ALWAYS / THE FUTURE는 예술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면서도,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다는 선언처럼 읽힙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오늘의 파도를 기록하는 일, 그것이 이 작업에 담긴 작가의 태도입니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것은 바닥에 함께 놓인 ‘그림자’입니다. 이경미 작가는 원형 패널의 형태를 본뜬 그림자 구조를 바닥에 설치했습니다. 실제 창밖의 빛, 인공적으로 그려진 파도, 그리고 바닥에 놓인 가상의 그림자가 서로 겹치며 하나의 장면을 만듭니다.
작가는 이 그림자놀이를 통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냅니다. 예술은 현실의 모방일 뿐일까요. 아니면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행위일까요.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작가는 여전히 손으로 그리고, 망설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합니다. 이 불완전한 과정은 효율과 완벽함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만의 유희이자 저항입니다.
통창 밖의 자연과 바닥 위의 파도, 그리고 그 옆의 그림자를 함께 바라봐 주세요. 이 작품은 완벽한 정답을 말하기보다, 불완전한 인간이 끝내 예술을 놓지 않는 이유를 조용히 보여주며 이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