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3 (지상층)I don’t need this but I want it 가변설치 255x500x110cm Mixed media on the shelves 2011-2026
〈기억의 분더카머〉
이 거대한 선반 작업은 이경미 작가와 김시경 작가가 지나온 시간과 기억을 모아 만든 하나의 보관소입니다.
작품의 형식은 ‘분더카머(Wunderkammer)’, 즉 경이로운 사물들을 모아두던 오래된 수집의 방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이 선반을 채우고 있는 것은 값비싼 진귀품이 아닙니다. 버려진 물건들, 누군가의 손을 떠난 일상적인 사물들, 그리고 디지털 클라우드 속에 묻혀 있던 이미지와 기억들이 다시 꺼내져 이곳에 놓였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진과 감정의 조각들을 저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왜 그것을 남겼는지, 그 순간이 왜 소중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 작업은 그렇게 데이터의 바다 속에 가라앉은 기억들을 다시 발굴하고, 사라진 감각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려는 시도입니다.
길이 4.3미터의 양면 선반 위에는 두 작가의 여정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클라우드 속에 떠 있던 기억은 이미지와 오브제, 소리와 빛으로 바뀌어 다시 전시장 안에 물리적인 존재감을 갖게 됩니다. 선반은 단순히 사물을 진열하는 가구가 아니라, 흩어진 시간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장치가 됩니다.
선반 가장 위에는 “I don’t want this but I want it”이라는 문장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기억, 감정, 결핍, 혹은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경미 작가와 김시경 작가는 사물에 사적인 의미를 덧입히며, 빈 껍데기처럼 보이는 것들을 다시 기억의 조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집은 단순히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잊힌 것에 다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됩니다.
이 선반 앞에서 잠시 질문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모으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끝내 붙잡고 싶었던 것은 사물일까요,아니면 그 사물에 기대어 남겨두고 싶었던 시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