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15 (지하층 계단 밑)

MPPA: Make Pluto a Planet Again 가변설치 Mixed media(installation) 2018-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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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지층 전시공간으로 내려오면, 계단 아래에 조용히 숨어 있는 듯한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는 여러 전시 지역을 오가며 실제 운송에 사용되었던 박스들, 명왕성 그림, 오래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그리고 작가와 인공지능(제미나이)이 나눈 대화록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이 작업은 이경미 작가가 2017년에 발표했던 〈그 시절의 태양계〉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십대 시절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태양계를 배웠지만, 2006년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는 사건을 겪으며 지식과 학문의 질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바뀔 수 있다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 그려졌던 9개의 행성은 한꺼번에 남지 못했습니다. 지구와 해왕성, 목성은 컬렉터에게 판매되었고, 나머지 행성과 명왕성이 작가 곁에 남았습니다. 이 남겨진 존재들은 이제 빈 박스, 백과사전, 기사 스크랩과 함께 다시 전시장에 놓입니다.

오래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명왕성이 여전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기록되어 있던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위에 놓인 대화록은 지금도 명왕성의 지위가 다시 논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확고한 지식과 현재의 유동하는 정보가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것입니다.

계단 아래라는 이 다소 외진 위치는 작품의 의미와 잘 맞닿아 있습니다. 태양계의 가장 먼 곳에 자리한 명왕성처럼, 이 작품도 전시장의 중심에서 조금 비켜난 곳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관람객은 묻게 됩니다.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부일까요. 누가 어떤 존재의 이름과 자리를 정하는 걸까요.

《Way Back Home》이라는 전시 안에서 이 작품은 가장 먼 곳으로부터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익숙한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잃어버렸거나 밀려났던 존재의 자리를 다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계단 아래 이 작은 공간에서, 명왕성은 조용히 남아 있습니다. 한때 행성이었고, 지금은 왜행성이라 불리지만,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서는 하나의 세계로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