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14 (지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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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이 들어선 이 공간은 하나의 골목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양옆으로는 서촌, 이태원, 삼청동을 비롯한 서울 곳곳의 작은 골목 풍경들이 이어지고, 시선이 향하는 끝에는 LA 한인타운의 한국식 떡집을 그린 〈김방아〉가 놓여 있습니다.

이경미 작가의 〈Nana is Elsewhere〉는 ‘나나는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을 지닌 연작입니다. 오랜 시간 작가와 함께했던 고양이 나나가 세상을 떠난 뒤, 작가는 나나가 우주 어딘가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시의 벽, 골목의 모퉁이, 낯선 풍경 속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했습니다.

이곳의 작은 작품들은 모두 자작나무로 구축한 입체적 화면  위에 그려졌습니다. 평평한 그림이 아니라, 실제 골목의 모퉁이를 도는 듯한 형태입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마치 도시의 좁은 길 사이를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신체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서울의 골목들은 낡고 무질서해 보일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시간의 흔적과 사람들의 온기가 쌓인 장소입니다. 붉은 벽돌, 오래된 시멘트 벽, 창문 너머의 생활감은 낯선 공간을 어느 순간 ‘집’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골목의 끝에서 만나는 〈김방아〉는 미국 LA 한인타운의 풍경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야자수와 넓은 하늘 아래 투박한 한글 간판이 놓인 장면은 낯설면서도 익숙합니다. 이경미 작가는 이 풍경 안에서, 먼 곳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고향의 감각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립니다.

이 공간은 결국 ‘다른 곳’을 향한 여정이자,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우리가 찾아 헤매던 이상향은 멀리 떨어진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 있는 일상의 골목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경미 작가는 나나의 작은 흔적을 따라가며, 관람객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어쩌면 이미 그 집으로 향하는 길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