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12 (지상층)

(위에서 부터) Untitled-D2FebA4, Untitled-D8FebA4, Untitled-D5FebA4 Each 29.5x21cm
Oil & Ink on collected magazine & cardbord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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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경미 작가가 오랫동안 모아온 일회용 팔레트 에서 출발합니다. 전업작가로 살아온 지난 20여 년 동안, 작가의 하루는 대부분 ‘그리기’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긴 노동과 짧은 수면, 반복되는 작업의 시간 속에서 그림은 완성되어 작가의 손을 떠났지만, 작업 과정에서 남겨진 파레트들은 조용히 쌓여갔습니다.

작가는 어느 날,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팔레트 위의 흔적들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남은 물감 자국, 색의 겹침, 손의 움직임은 모두 본 작업을 위해 존재했던 부수적인 흔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에게 그것들은 곧 자신의 시간과 몸, 그리고 매일의 삶이 쌓인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일회용 파렛트 일 수 있지만, 이경미 작가에게 그것은 ‘일상의 더미’입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며 조금씩 자신의 시간과 청춘, 몸을 갈아 넣어온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적인 증거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파레트 위에 다시 드로잉을 더하고, 언젠가는 더 큰 콜라주 작업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아직 완결된 선언이라기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가장 사적이고 정직한 흔적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이 작품 역시 《Way Back Home》, 다시 내게로 오는 길 위에 놓여 있습니다. 완성된 작품의 뒤편에 남겨졌던 파레트는 이제 작가가 지나온 시간의 표면이 됩니다. 그리고 그 표면 위에서, 이경미 작가는 다시 가장 진솔한 자기 자신을 마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