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작품번호: 10 (지상층)

AVEUX  closed:67.4x65.5x16.5cm, open:67.4x65.5x133x8.3cm  Mixed media  2011-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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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문 겉면에는 ‘AVEUX NON AVENUS’, 즉 ‘철회된 고백’이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제목은 프랑스 작가 클로드 카훈(Claude Cahun )의 책 제목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문이 열리면, 14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두 개의 작업이 마주합니다. 공간 안쪽에는 이경미 작가가 2011년에 만든 잼통 작업이 놓여 있습니다. 버려진 작은 잼통 위에,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한 고양이 나나의 얼굴을 유화로 하나하나 그려 올렸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 잼통들은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 형태를 이룹니다.

그리고 문 안쪽 면에는 김시경 작가의 작업이 자리합니다. 72개의 잼통 위에는 나나와 아로아가 8비트 픽셀 이미지로 다시 등장합니다. 이것은 이경미 작가가 오래전 수행처럼 반복했던 작업에 대한 김시경 작가의 뒤늦은 화답이자, 예술가의 태도에 대한 고백입니다.

14년 전, 김시경 작가에게 이 작고 상업성 없는 병 작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직접 창작의 과정을 경험하며, 그는 그 무용해 보이던 행위 안에 담긴 시간과 태도, 묵묵한 수행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움직임은 단순한 장치가 아닙니다. 문이 닫히면 두 작업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포개어지고,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명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문이 열리면 두 작업은 다시 거리를 둡니다. 이는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해도, 서로의 세계가 완전히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고백은 완전한 고백이 아니라, 말해지는 순간 다시 한계를 품는 ‘철회된 고백’입니다. 이 작품은 이해와 차이, 만남과 거리 사이에서 계속 열리고 닫히는 관계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14년이라는 시간 끝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이해해 온 두 작가가 마주 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