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전시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내 작품 번호를 입력하거나 이미지를 선택하면 이경미 작가의 작품 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전시 공간 인트로 / 《Way Back Home》
이번 전시 《Way Back Home: 다시 내게로 오는 길》은 이경미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회화적 실험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한 공간 연출입니다.
작가에게 전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걸어두는 장소가 아닙니다. 관객의 동선과 시선, 작품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장면이 만들어지는 서사적 무대입니다. 이곳에서 회화, 입체 설치, 미디어, 벽화, 사운드와 테크놀로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겹치고 충돌하며 하나의 복합적인 풍경을 이룹니다.
긴 통로를 지나 평창동일번지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마치 오래된 호기심의 방, 즉 분더카머에 들어서는 듯한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역사적 도상을 품은 원형 회화, 클라우드 속 기억을 다시 불러온 선반 구조물, 영상과 사운드, 오브제들은 하나의 무대 위에서 동시에 펼쳐집니다.
이 장면은 완벽하게 정돈된 화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어긋나는 이미지와 매체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몽타주에 가깝습니다. 고전적인 이미지와 현대의 기호, 사적인 기억과 사회적 타임라인, 회화의 표면과 실제 공간이 함께 놓이며 관람객의 감각을 깨웁니다.
이경미 작가가 이 공간 연출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결국 예술을 통한 실존적 경험입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하나씩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시장 전체를 걸으며 각 공간의 층위를 탐색하게 됩니다. 마치 40겹의 물감이 쌓인 캔버스의 표면을 읽어가듯, 이 전시 역시 여러 겹의 이미지와 기억, 시간과 감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Way Back Home: 다시 내게로 오는 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나의 장소로 돌아가는 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흩어진 기억과 감각을 다시 모으고, 예술이라는 느슨한 범주 안에서 살아 있는 자신을 새롭게 마주하는 과정입니다.
이제 전시장 안을 천천히 걸어가며,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이 공간 전체는 이경미 작가가 구성한 하나의 무대이자,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의 풍경입니다.
작품번호: 1 (지상층)
Nana & Opus Magnum -La Source 37x30x6.5cm 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2025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이 작품은, 이경미 작가의 〈액자 시리즈〉를 이해하는 하나의 입구입니다.
이경미 작가는 이 시리즈에서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보통 액자는 작품을 보호하거나 장식하기 위해 덧붙여지는 부속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액자를 그림 속에서 매우 정교하게 그려냄으로써, 오히려 액자 자체를 중요한 대상으로 끌어올립니다.
처음에는 실제 액자 안에 고양이 그림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곧 액자 역시 그려진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작은 착시는 관람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림의 내용을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형식을 보고 있는 걸까요.
이경미 작가에게 고양이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대학 시절, 병든 고양이 ‘나나’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고양이 그림은 시간이 지나며 예술에 대한 질문을 담는 매개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시의 첫머리에서 조용히 말합니다.
이제부터 보게 될 것은 단순히 고양이의 그림이 아니라, 예술을 향한 작가의 오래된 질문과 그 질문을 둘러싼 하나의 여정입니다.